[기사]‘회사형’ 인간은 싫다 – 일과 생활 균형 맞추기

2006. 12. 30. 13:57카테고리 없음

회사형인간은 싫다 일과 생활 균형 맞추기

 

일과 생활의 균형이란 둘 중 하나를 소홀히 하는 게 아니라 모두를 만족스럽게 잘 해내는 것이다. 이의 균형을 맞추기 위한 제도의 가장 큰 목표는 기업의 이익이며, 사회적 책임은 두 번재로 생각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자의 반, 타의 반으로 회사형 인간일 수밖에 없었던 근로자들. 그러나 오랜 새월 굳어져온 이런 의식에 균열이 생기고 있다. 성균관대학교가 18세 이상 성인남녀 2500명을 대상으로 지난해 실시한 한국종합사회조사 결과를 보면, 응답자의 압도적 다수가 일과 생활의 균형을 바라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시에 출퇴근하고 퇴근 후와 주말을 이용해 가족과 자신의 풍성한 생활을 추구하는 것은 더 이상 개인주의적인일이 아니게 된 것이다.

 

그러나 기업 측의 노력은 아직까지 근로자들의 요구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어 이의 합일점을 찾지 못한다면 적지않은 갈등 요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일과 생활의 균형이란 일과 생활 중 어느 한 쪽을 소홀히 하는 것이 이나다. 오히려 두 가지를 모두 만족스럽게 잘 해내고 있는 상태를 가리킨다. 나아가 이를 위해 시행되는 모든 프로그램을 WLB(Walk-Life balance) 제도라고 하며, 서양에서는 1970년대부터 도입, 100여 개가 넘는 다양한 제도를 시행중이다.

 

기업이 WLB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1차적으로 근로자의 복지와 행복을 높여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기업 입장에서 볼 때도 이는 궁극적으로 득이 된다. 종업원의 높아진 삶의 질은 기업의 경쟁력 제고에 긍정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삼성경제연구소는 최근 경영의 새로운 화두로 일과 생활의 균형을 제시했다. 나아가 기업이 WLB 제도를 성공적으로도 도입할 때 고령화, 저출산 등 국가적인 난제도 효과적으로 풀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연구소 측이 발표한 보고서를 토대로 일과 생활의 균형이란 무엇인지, 성공적인 도입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을 알아본다.

 

삶의 질을 원한다.

 

'' 중심인가, '개인생활' 중심인가를 놓고도 구세대와 신세대를 가를 수 있을 만큼 사람들의 의식이 달라지고 있다. 야근에 철야, 주말근무까지 당연시하던 게 구세대라면 신세대는 회사를 위해 더 이상 자신의 삶을 저당잡히지 않는다. 아니, ''보다는 '생활'에 더 많은 비중을 두고 싶어 한다.

 

특히 대기업 근로자들일수록 직장생활에서 연봉이나 처우 못지않게 일과 생활의 균형을 중요한 요소로 꼽는다. 아니나 다를까, 선진국의 경우는 회사 내의 우수한 핵심인력을 유지하기 위해서도 일과 생활의 균형을 맞추는 데 적극적인 노력을 아끼지 않는다.

 

이런 추세를 반영하듯 한국의 주당 근로시간 역시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1980년의 주당 근로시간이 51.7시간이었던 데 반해 1990년에는 48.3시간, 2000 47.6시간, 2005년에는 45.0시간으로 크게 줄었다. 지난7월부터 주5일제가 더욱 확대되면서 삶의 질에 대한 기대 역시 더욱 커질 것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그러나 이에 대한 기업들의 노력은 아직까지 크게 눈에 띄지 않고 있다. 하지만 WLB는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과 국가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다. 개인에게는 삶의 질을 보장해 주지만 이를 토대로 기업은 경쟁력 제고를, 국가 차원에서는 요즘들어 중차대한 문제 떠오른 저출산과 고령화 문제를 효과적으로 해결할 수 있기 때문이다.

 

더욱이 21세기는 창의성이 중시되는 시대다. 경쟁력의 핵심요소가 양에서 질로, 설비에서 지식으로, 근명성에서 창의성으로 바뀌면서 일과 생활의 균형은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하게 여겨지게 됐다.

 

WLB 제도 유형

 

현재 WLB 제도는 국가별, 기업별로 다양하게 전개되고 있다. 이는 WLB 제도를 도입하는 목적에 다소 차이가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WLB 제도는 원래 북유럽에서 처음 도입됐다. 하지만 WLB란 명칭을 사용한 것은 미국기업이 최초다.

 

나아가 유럽과 일본은 정부 주도로 제도가 시행되는 반면, 미국은 기업주도로 진행되고 있다. 저출산과 노동인구 감소등 여러 모로 우리나라와 상황이 비슷한 일본의 경우는 특히 2000년대에 들어오면서 정부 차원에서 앞장서 WLB 제도를 도입하는 중이다.

 

[미국형]

미국형 WLB 제도는 기업이 주도한다는 점이 가장 큰 특징이다.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기 위한 목적에서 출발했기 때문이다. 특히 우수한 여성인력을 확보하기 위해 WLB 제도를 도입한 기업이 많다. 일례로 기업 주도의 탁아소 설치, 휴직제도, 경제적 지원 등은 실질적인 효과를 올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단 가정은 개인의 책임영역이란 의식이 강해 정보지원은 미약한 편이다.

 

WLB 제도가 광범원하게 확산된 반면, 개별기업의 도입 수준은 천차만별이다. 아직까지 이 제도에 유보적인 태도를 갖고 있는 기업도 상당수. 하지만 근로자의 사기진작을 위해 개인생활을 지원하는 쪽으로 분위기가 확신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

 

[유럽형]

출산과 육아에 대한 정부 차원의 종합적 지원책에서 비롯된 측면인 강하다. 스웨덴, 노르웨이 등 북유럽 국가들을 중심으로  1970년대에 복지 차원에서 추진됐다. 따라서 보육서비스, 휴가제도, 각종 수당 지원 및 실업 억제를 위한 대책으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기업의 유연한 근로시간 측면에서는 유럽 국가들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앞서 있다. 이렇게 해서 얻어진 노동시간 단축으로 새로운 고용을 창출, 실업률 저하의 효과마저 발휘하고 있다. 정부에서 추진하는 만큼 근로자들의 권익 향상을 위해 강제조항으로 규정돼 있는 점이 특징이다.

 

[일본형]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WLB를 실현하는 것이 필수라는 인식 하에 출발했다. 특히 고령화와 저출산의 국가적 난제 앞에서 국민 대다수의 공감대를 확보하는 데 성공한 것이 제도 도입에서 큰 밑거름으로 작용하고 있다.

 

현재 일과 생활의 조화라는 커다란 목표 하에 정부의 가이드라인을 기준으로 각 지자체와 기업이 세부적인 실천사항을 마련하는 중이다. 구체적으로는 근로시간, 근무자, 소득, 처우의 균형, 여성의 계속적인 근무등 5대 영역에 걸쳐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아직까진 기업 차원의 활동이 미흡한 편, 기업이 사회적 책임 차원에서 도입하고 있지만 경쟁력 차원에서의 접근은 부족하다. 소극적 복리후생 차원에 머물러 있는 셈이다.

 

국내기업 사례

 

현재 우리나라는 정부가 법 개정을 통해 WLB 제도 도입을 선도하고 있다. 출산휴가, 육아휴직제도, 직장내 보육시설 지원 등에 관한 법률이 그것이다. 기업들은 변화된 사회적 요구에 맞춰 이를 마지못해 따라가는 수준. 하지만 소수이긴 해도 앞장서서 WLB 제도를 도입하는 기업이 하나 둘 늘고 있다. 아직까진 대기업이나 외자계 기업 중심이지만 중소기업의 사례도 나타나기 시작해 고무할 만하다.

 

이들 기업은 유연한 근무형태, 가족대상 프로그램, 개인 신상지원 등 크게 3가지 유형으로 WLB에 접근해가고 있다. 이를 통해 근로자들의 만족도 상승, 생산성 향상, 우수인력 유치 및 기업이미지 제고 등에 효과를 올리고 있다.

 

[한국IBM]

우수인력을 확보-유지하고 성과를 높이기 위해 일과 생활의 균형이 이뤄져야 한다는 인식하에 WLB 제도를 도입했다. 지속적으로 관련 설문조사를 실시, 구성원들의 요구를 파악한 후 대안을 제시한 점이 돋보인다.

 

회사측은 특히 부양가족 보호지원 프로그램이 핵심인재를 유지하고 근로자들이 일과 생활의 균형을 유지하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구체적으로는 재택근무 제도, 유연한 근로시간, 파트타임 정규직 제도 등을 운영중이다.

 

[삼성전자]

사내에 상담소를 운영, 일과 생활의 고충을 해결하고 있다. 각 영역의 고충이나 애로사항이 타분야로 침범해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을 막기 위해서다. 9개의 상담소에서 전문상담사 및 상담심리 전공 석박사 14명을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다.

 

상담소에서는 또 조직 내에서 남성 여성간 이슈, 가족친화적 기업문화 구축 등 다양한 분야의 문제를 해결하는 데도 나서도 있다. 구체적으로는 스트레스관리 프로그램, 대인관계 갈등해소 프로그램, 가족관련 프로그램 등 다양한 상담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아모레퍼시픽]

여성친화적인 제도로 일과 출산 양육의 균형을 맞춰가고 있다. 이 회사는 업종의 특성상 여성인력의 비율이 타회사에 비해 월등히 높다. 따라서 여성인력을 유지하는게 회사의 성장을 위해 필수인 만큼, 일과 생활을 균형 맞추기가 더욱 시급한 과제로 떠올랐다.

 

특히 출산과 육아를 계기로 유능한 여성들이 퇴직하는 것을 막기 위해 어린이집 운영, 모유 수유실 운영, 여성휴게실 내 간호사 상주, 육아휴직시 국가에서 지급하는 지원금 외에 회사에서 별도로 통상임금의 60%를 지급하는 등 다양한 제도를 시행 중이다.

 

[팬택]

이 회사는 근로자들의 평균 연령대가 30세로 무척 낮아 대부분의 관심사가 결혼 출산에 집중돼 있다. 또 일과 생활의 균형에 다른 연령대에 비해 높은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다양한 WLB 제도를 적극 도입했다.

 

출산휴가의 경우 법정기준보다 15일이 더 많은 105일을 주고 있으며, 육아휴직 중에도 급여를 지급한다. 또 임직원은 물론 가족들의 건강, 교육 등까지 최대한 배려하는 점이 돋보인다.

 

[극동전선 홍진HJC]

중견기업이라 WLB제도 도입이 법적인 의무사항에 해당되지 않는데도 앞장서서 제도를 도입, 실천하고 있다. 극동전선의 경우, 5일 근무제를 2006 7월부터 실시하면 되나 그보다 앞선 2005년 1월 1부터 실시했다.

 

홍진HJC의 경우는 전체인원이 310명으로 직장보육시설 설치의무가 없다. 그러나 공장의 대다수 주부사원들을 위해 1999년말부터 어린이집을 운영하고 있으며 1천만원 내외의 사원주택도 제공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우수한 인재확보 및 이들을 유지하는 데 높은 성과를 거둔 것은 물론이다.

 

WLB 제도 성공조건

WLB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선 몇 가지 요건이 갖춰져야 한다. 먼저 일과 생활에 영향을 미치는 문화적 요소를 고려하는 것이다. 관습이나 가치관에 위배될 경우 실패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또 법 규정에 대한 지식도 필요하다. 혹시나 있을 수 있는 위법을 예방할 뿐 아니라 정부지원금 등에 대한 정보도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우리나라의 경우 남녀고용평등법은 여성근로자 및 모성보호 관련 사항을 주로 다루고 있으며, 일과 생활의 균형은 근로기준법에서 더 광범위하게 다루고 있다. 그밖에 해외로 진출한 기업이라면 국제기관의 지침이나 해당국의 국내법에 대한 이해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WLB가 기업의 직접적인 성과로 연결돼야 한다는 사실. 단순히 근로자를 위한 복지 차원, 기업이미지 제고 차원에서만 접근한다면 오래 가기 힘들다. 단적으로 말해 회사의 이익으로 귀결되지 않으면 모든 제도는 실패하고 만다.

 

오히려 WLB 제도 도입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기업의 이익이며, 사회적 책임은 두 번째로 생각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실제로 이 제도의 도입에 성공한 기업들은 생산성 향상, 인재 채용 및 유지 결근율 감소, 경비 절감, 대고객 서비스 향상, 근로자 만족도 향상, 동기부여 제고 등에서 적지 않은 성과를 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그밖에 WLB 제도의 도입은 회사의 규모와 예산 여하에 따라서 그 수준이 정해져야 한다. 특히 대기업과 중소기업은 서로 상황이 다른 만큼 각자의 처지를 고려해 제도 도입에 유연하게 대처해야 한다.

 

WLB 제도의 고객은 근로자다. 따라서 이들의 요구를 정확히 파악하지 않으면 모처럼의 제도도 그림의 떡이 될 수 있다. 예를 들어 가족대상 프로그램을 지나치게 중시할 경우 근로자 자신의 여가나 자기계발 욕구는 자칫 소홀해질 수 있다. 또 유자녀 근로자에게 초점을 맞출 경우 독신이나 무자녀 근로자의 불만을 야기할 수 있는 만큼 다양한 요구를 파악해야 한다.

 

기업 내 모든 제도 도입의 기본은 기업과 근로자의 윈윈(Win-Win)이다. 조직과 개인 모두가 각자의 책임을 인식하고 서로를 존중할 때 WLB 제도는 효과적으로 안착할 수 있다.

 

WLB 제도의 종류

근무형태 다양화

가족대상 프로그램

개인신상 지원

플렉스 타임

보육지원

교육지원

재량근무, 원격근무

노인부양 지원

보험제도 정비

집중 노동일제

가정상담 지원

경력상담 지원

휴가 휴직제도

 

문화생활 지원